2008년 11월 2일 일요일

Spirit of radio - epilog

원래 이 글은 2003년도에 DMB TV 개발 시에 제품 구상시 적었던 소설이다.

당시 DMB TV는 제품 성격 자체 조차 정해지지 않았던 New product였다. 제품 자체가 지닌 Mobility와 실시간 방송을 큰 테마로 삼았고 희망사항으로 방송 수신제품에 양방향 통신 개념을 덧붙여서 몇 가지 episode를 적게 되었다.

글을 적다보니 각 episode 별로 연결 고리를 만들었었고 그것이 이 글의 구성을 좀 더 짜임새 있게 만들었다. 

당시 내 나이가 30세 였고 내 나이 또래의 회사원들 일상을 바탕으로 글을 썼는데 글 쓰면서 bottom to top 방식과 양방향 방송 및 통신 방법이 어떻게 보면 youtube나 podcast와 비슷한 개념을 나오기 전에 이 글에서 표현했고 방송 통신에 대한 개인 철학과 맞아서 지금도 이 글을 좋아하는 편이다. 

TV를 개발했고 제품을 기획하면서 Internet의 무한한 가능성과 'TV is a TV, PC is a PC'라는 상반된 예측이 공존하는 가운데 이 글을 다시 게시판에 올린다. 


Spirit of radio - part 6. I'll be watching you

 만남 주선 전문 사이트에서 주최하는 파티라고 할 때부터 좀 당황스러웠다. 파티장에 들어서서 모르는 사람한테 How you doing!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해야 되는지, 아니면 이봐, 여기 섹스 온더 비치로 두 잔, please! 와 같이 얘기해야 되는지 영 적응이 되질 않았다


파티가 시작한 것은 밤 9시부터였다. 약속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약속시간에 맞추어 나가기는 싫었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나간다면 분명히 사람들도 별로 없을 것이고, 분위기도 냉냉하리라 생각되었다. 결국, 회사에서 빈둥대다가 밤 9 30분 즈음에 약속 장소에 등장하였다. 처음 한 30분 동안은 괜찮았던 것 같다. 사람들이랑 인사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간단한 대화로 여러 명을 만나는 탐색전이라고나 할까? 예상했던 이봐 여기 섹스 온더 비치 어쩌구는 필요 없었다. 그냥 자신이 마시고 싶은 술이나 맥주을 찾아 알아서 마시면 되었다

30분 정도 지나니 춤추는 사람들은 춤추고 술마시는 사람들은 술 마시고 난 담배를 피러 맥주를 들고 아는 사람들과 밖에 나가 있었다. 나가서 이런 저런 잡담하고 있는데 내 보이는 반대편에 여자 혼자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한 쪽 발로는 벽을 딛고 있었고, 다른 한 쪽 다리로만 자신의 몸을 지탱하였다. 머리는 길었고, 하얀 탱크 탑을 입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보통 파티 복장이랑은 조금 달랐다. 그녀 역시 한 쪽 손에는 맥주병을 다른 한 손에는 담배 한까지를 손가락으로 집게를 집듯이 들고 있었다. 벽을 디디는 발로는 계속 파티장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테크노에 맞추어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많이 익숙한 광경인데 파티장 안이 익숙치 않은 나는 계속 밖에 있었고, 그녀의 주변에는 몇 몇의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녀의 발은 계속 벽을 바닥삼아 장단을 맞추고 있었고 남자들이 던지는 말에 몇 마디 대답을 하는 정도였는데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바깥의 밤 기운이 차가와 난 다시 파티장 안 쪽으로 들어갔고 몇 몇의 여자와 말을 걸었다. 파티장에 온다고 그런지 여자들의 화장들은 다분히 과장되었다. 과장되면 과장될수록 짙은 마스카라에 과감한 옷 매무새가 나를 자극하였다.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는 평소보다도 코를 찔렀다. 대화의 내용은 별 다른 것이 없었던 거 같다. 직업, 나이, 파티 나온 동기등. 일단 많은 대화를 나누기에는 시끄러웠다. 길지 않은 대화 나누다가 자리를 뜨겠다 싶을 때에는 의례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파티 재밌게 보내세요라는 식의 말로 마무리 하면 또 다른 사람들과 대화 시간이 반복된다. 계속 이런식으로 파티가 진행되었을 때에는 나이트에서 맞선 보는 느낌이라 생각되었는데 반복의 지루함을 없애려고 진행자들이 갖가지 이벤트를 중간 중간에 섞었다. 퀴즈 맞추기도 있었고, 댄스 경연대회도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파트너 정하기 이벤트였다. 먼저 남자 한 명이 무대로 나간다. 그런 다음,  파트너이고 싶고자 하는 여자 4명을 선발한다. 그런 다음 한 남자 앞에서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남자가 파트너를 정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첫 번째 여자는 밤무대에서 나올 법한 춤을 추었다. 파티장 뜨거워 진다. 그 다음 여자는 수표 한 장을 꺼내었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이 두 여자는 탈락 되었다. 세 번째 여자는 뭘 벗었다. 분위기 한 껏 술렁였다. 그런데 네 번째 여자가 결국 파트너가 되었는데 그 여자는  지갑에서 뭘 꺼내지는 않고 남자에게 뭘 보여주는 거 같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의외였는데 사람들이 나중에 지갑안에 있는 현금 다발이 보였다는 둥, 은박지로 쌓인 콘돔을 보여 주었다는 둥 가지가지로 중얼거렸다. 여자 한 명이 남자 4명중 파트너를 정하는 것도 있었는데 노래 부른 사람 탈락, 돈 자랑한 사람 탈락, 앞에 나와서 떨어서 말을 잘 못한사람 탈락되었다. 파트너가 된 남자는 능글능글하게 우스개 소리 잘하고 인상도 나쁘지 않았던 거 같았다

다시 담배 피러 밖으로 나갔는데 아까도 바깥에서 벽에 기대어 있는 여자가 계속 있었다. 포즈도 바뀌지 않았다. 한 쪽 발은 계속 벽을 디디고 있었다. 그녀가 쥐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파티는 끝났고, 택시 타고 집 앞에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 출근할 때 가끔 마주치는 여자가 보였다. 평소의 정장과는 다르게 찢어진 청바지를 , 머리에는 털모자를 쓰고 검정 자켓을 입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기대어 한 발을 엘리베이터 옆면을 딛고 있었다. 많이 익숙한 광경인데

Spirit of radio - part 5. 토요일 저녁 8시

나는 지금 회사에 있다. 팀장은 어이없게도 토요일까지 야근을 시킨다. 짜증난다. 그리고, 그는 이미 퇴근한 상태이다. 이 일을 해야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더욱더 비참한 것은 내 핸드폰은 조용하다는 것이다. 핸드폰의 밧데리가 나갔는지 체크할 정도이다. 그럴 때 마다 핸드폰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더 비참하다. 여자, 없다. 놈들, 영업하는 친구들이 주로 전화하고 결혼하거나 여자 친구 있는 것들은 절대 먼저 연락할 일 없다. 여자 친구 없는 놈들은(나를 포함해서) 먼저 연락하면 자신이 비참해 보여서 연락을 잘 안 한다. 그나 저나, 팀장이 시킨 일은 약발 없이는 되지 않을 듯 싶다. 라디오를 켠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는 쓸데 없는 잡담이나 엽서 사연 70%에 가끔 노래 몇 곡씩 틀어주는 포맷이다. 그 중 노래 소개 정도만 자막으로 나오고 non stop으로 음악만 죽어라 트는 [Get me high, Baby!!]로 채널을 돌린다. 오늘은 계속 RATM 이나 Limp bizkit 류의 음악을 튼다.

2~3분 동안에는 아무 것도 안한다. 머리 속에서 이 일을 어떻게 할 지 곰곰히 구상만 할 뿐이다. 베이스 드럼에 맞추어 나의 발이 움직이고 Hi hat소리에 볼펜을 까닥거린다. 그와 동시에 스크래치 소리에 마우스의 스크롤을 따라 움직인다. 구상이 끝난 다음에는 일에 집중한다. 음악 소리는 몸 속의 피를 펌프질 하고 아드레날린을 분사시킨다. 음악의 리듬은 타자 소리와 synchronized 되고, 가볍게 head banging도 한다. 혼자 무언가를 중얼거리는데 맘 속은 초조해진다. 시계를 보니 8 40분이 되었다. 늦을 뻔 하였다. 나의 유일한 희망, 로또. 오늘은 기계로 추출한 번호로 6,000원 어치 샀다. 방송이 시작 되었다. 어찌나 시작될 떄의 진행자 표정, 관객 표정, 도우미 표정들은 하나같이 밝단 말인가? 나 역시 좋은 예감이다. 특히 도우미의 스타킹 신은 각선미가 나를 꿈 속에서 자극 시킬 정도다.

~~  번호 부르는 구나! 아싸

 

~~~ 7

, 행운의 2등 기대해 본다.

13

, 3등도 괜찮지.

22

어 하나 있다. 3등 좋아 3

23

이쒸, 머 이런 데서 번호가 연속으로 나와!

24, 악 안되.

45

 

마지막으로 행운의 숫자 44

 

 

어떻게 복권 3개 사서 번호가 하나 맞는단 말인가? 젠장. , 일하기 싫어  누군가 MSN으로 말을 걸어온다. 친구 놈이다. 나랑 비슷하게 아직 총각인 놈이다.

[복권 됬냐?]

라고, 물어보면 이 친구는

[알 수 없지.]

 

안 된 거 뻔히 알면서 이 자식은 이런 식으로 대답을 고수한다. 만약 되었을 때에도 자신은 똑 같은 대답을 한데나   암튼 대충 대화 끝내고 계속 음악 들으면서 대충 일을 마무리 할 무렵에 팀장이 전화로

[아직, 회사 있냐?]

 

라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아까 그 일 하고 있어?]

 

역시 그렇다고 대답하니

 

[다 했냐?]

 

거의 다했다고 하니,

 

[집에 가면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해야겠더라구 그래서, 지금 한 거를 좀 고쳐야 겠는데  물론 완전히 다시 파일을 만들라는 것은 아니니 너무 좌절하지 말구. 내일 내가 회사 잠깐 나올 테니 .. 음 자네 내일 약속 있나? 잠깐이면 될 거 같은데]

 

~~  짜증이다. 폭발 일보 직전이다. 라디오에서는 Limp bizkitHot dog flavored water가 나온다. Fucked up me, Fucked up YOU!!

Spirit of radio - part 4. 무료한 교육, 받기 싫은 전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는 것 만 빼고는 너무도 상쾌한 아침이었다. 차를 몰고 훈련장에 가니 입구 전부터 예비군 용품을 파는 장사꾼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군대 있을 때에는 군대에서 지급되는 용품이 저렇게까지 팔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맨날 뭘 지급하기만 하면 나중에 반납해야 되니 잃어버리면 영창이라는 둥 세상 밖에서는 이렇게 군용품이 버젓이 한갓 장사꾼들에게 팔리지 않는가?

 

 아차, 고무링을 안 가지고 왔군.

 

 현역에 있을 때에나 예비역으로 있을 때에나,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가 고무링이다. 바짓단을 접어서 말아 넣어 고정시키기 위한 용도의 고무링은 사실 군복을 군화에 집어 넣으면 필요 없는 것이 된다. 그런데, 꼭 이것을 착용해야 되는 이 하찮은 물건은 용도가 불분명하고 작기 때문에 잘 잊어먹는다. 하는 수 없이 오늘도 제작년 처럼 고무링을 사고 말았다.

 

 8시 30. 앞에서는 예비군 훈련장에 있는 사병과 장교들이 어쩌구 저쩌구 떠든다. 자신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집으로 돌려 보내겠다구 겁을 준다. 정말 겁도 난다. 예비군들은 그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을뿐더러 집으로 돌려 보내겠다는 협박을 오히려 좋아한다. 예비군들은 입들도 험해서 이런 사병 장교들을 자신의 쫄따구 다루듯이 한다. 뭔가 뒤바뀐듯한 광경, 예비군들은 즐긴다. 현역때 한이 맺힌 사람들일수록 예비군 훈련장의 광경은 가관이다. 귀에서는 광석 [이등병의 편지]가 흐른다.

 나 역시 예비군 훈련장에 갈 때에는  현역 때 휴가 복귀와는 정반대로 흥이 난다. 회사 안나가서 좋고, 바깥 공기 마실 수 있어 좋고, 나무 그늘에서 점심 먹고 낮잠을 즐길 수 있어 좋고. 얼마나 좋은지 부르기 싫어서 억지로 부르던 군가들을 계속 흥얼거린다. 이런 기분이 교육 한 시간정도 지나면 변하기 시작한다. 첫째 지겨워 진다. 이를 없애기 위해 건빵 주머니에 갖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온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가지고 오고, 어떤 사람들은 신문을 접어서 온다. 나는 오늘 PDA를 가지고 왔다. 그 안에 소설 좀 담아오고 동영상 1개를 담아왔다. 다른 한 쪽에서는 라디오를 듣거나 TV를 보는 사람들도 보인다. 둘째, 조금이라도 힘든 훈련을 받게 되면 예비군 훈련이 점점 빡세진다는 둥의 불만이 맘 속에서 혹은 맘 밖으로 표출된다. 사격하고, 수류탄 투척까지는 괜찮았는데 화생방 교육한다고 마스크 썼다 벗었다 시키고 제일 싫은 것이 각개 훈련인데 그거 하면 훈련 마치고 나서, 예비군 훈련에 대해 안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된다.

 

 훈련 받은 지 2시간 째, 비가 오는 관계로 계속 실내 교육이다. 빡센 훈련은 비오면 시킬 수 없다. 우리 나라 군대가 비가 와도 정상적으로 훈련을 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있지 않기 때문에 (예를 들어 축구, 야구 같이 예비군 돔 경기장 같은 것들은 22세기가 와도 이루어 지지 않을 것이다.) 하루종일 시청각 교육이었다. 이럴 때에는 정신적인 지루함만 버티면 된다. 난 계속 PDA만 보았다. TV가지고 온 사람은 계속 TV만 보고, 책 가지고 온 사람은 책 보고 그 외에 사람들은 지루한 시청각 자료를 자장가 삼아 졸고 있었다.

 

 동영상을 보는 중,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이걸 받아.  아님 말어.. 받으면 받는 순간이 괴로울 것 같고, 안 받으면 다음날이 괴로울 것 같고..

 

 전화벨 소리에 사람들도 나를 쳐다본다. 창피하다.

 

 그런데, 내 맘속의 동요와는 달리 내 손은 침착하게 밧데리를 전화기로부터 분리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교육장은 고요해지고, 내 맘의 동요도 없어졌다.

 

 그리고, 난 다시 PDA를 본다.

Spirit of radio - part 3. 지각


 꼰대랑 같은 방향으로 출근을 하는 영미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럴 때에는 밝은 톤으로 얘기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잠깐 병원 좀 들렸다 올게. 꼰대한테 전해줘.

 

 영미씨는

 나도 지금 차 속이라서여. 부장님께 직접 전화거시지요..

 라고 말한다. 알면서,

 

 아이 알면서, 우리끼리 왜 그래. 이따 음료수 사줄게.

 

 그 후 1시간이 지난 후, 회사에 도착했다.

 

 꼰대가 나를 부른다.

 

 아무말도 없이 왜 늦었어?

 

 병원에 갔다 온다고 연락 못 받으셨나요?

 

 전혀. 그리구, 설령 남한테 연락을 주었더라도 그런 것은 본인이 직접해야 되는 거 아냐?

 

 그리고, 지금 난 옥상에 올라와 있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맘은 멍들어 시퍼렇다. 담배 연기가 멍든 내 폐부에 스며든다. 하나 둘 씩 사무실로부터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다 어제 술마시고 놀던 사람들이다.

 

 속 괜찮아?

하고, 옆부서 김과장이 불빌려 달라고 담배만 꼬나물고 있다.

 

 젠장 우리 꼰대는 그렇게 술먹고 아침에는 멀쩡해 져서 날 갈구지?

 

 김과장 불붙이면서,

 그래도, 너 어제보니 완전 알랑방구던데. 풍신수길처럼 신발 품을 기세더라고. 그리고, 야 어제 나중에 왜 이리 정신 못차려  챙피하게.

 

 기억안나지  하기도 싫고.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사무실 전화다.

 , 너 옥상에서 빨리 내려와.

 

 꼰대다. 꼰대는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 새끼, 이 자식   나도 이름 석자 있는데

 

 사무실로 가니 또 이상한 일을 시키려고 한다. 분명히 이건 내 담당이 아닌데 

 

 이건 제 일이 아닌데요.

 

 아이, 자식이 그 녀석이 없으니까 너한테 얘기하는 거야 임마.

 

  그 녀석. 일언반구도 없이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 버렸다. 그 녀석은 들어온지 6개월 지났는데, 미꾸라지 같은 녀석이다. 회사에서 잘 안보이고 중요한 일 있으면 나에게 일을 떠 넘긴다. 오늘은 예비군 훈련차 자리를 비웠다.

 

 나는 꼰대에게

 부장님이 연락해 보시죠.

 라고 말했다.

 

 니가 해

 

 오늘도 내가 꼬랑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그 녀석에게 연락을 한다. 안 받는다.

환장하것네, 정말.

 

그 후 1시간. 결국 내가 일을 다하고 말았다. 어제의 술로 속도 안 좋고, 점심 시간도 다가오고 해서 난 거래처에 연락을 하였다. 말이 거래처일 뿐 사실 거래처 담당이 내 친구이기 때문에 점심 전에 만나서 대충 일 마치고, 밥 먹은 다음에 싸우나 1시간 정도 갈 심정으로 수화기를 들었더니, 친구 녀석 기다렸다는 듯이 아예 사우나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이다.

 

헤드폰을 끼며 회사 밖을 나간다.

 [힘을 내요, 미스터 김]

Spirit of radio - part 2. 꽉 막힌 도로에서 차 안에 갇혀 있는 나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떠 보니 평소보다 10분 늦게 일어났다. 일단 아침식사를 포기해야 했다. 바로 씻고 치장하고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자연의 부름은 이다지도 느닺없던가? 좀 참아서 회사에서 일 보려고 했다. 그러나 자연이 부르는데 나약한 인간이 저항하랴? 결국 큰 일 보고 대충 씻고 얼굴 그리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아차 방에 뭘 두고 갔다. 부리나케 방에 들어가서 물건을 챙기니 잡아 두었던 엘리베이터는 이미 1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다시 엘리베이터 올라온다. 그러나 윗 층으로 올라가더니 꼭대기 까지 올라간다. 25층에서 내가 있는 12층 까지 내려올 때까지 한 4번은 멈추었다. 엘리베이터 탔다. 또 멈춘다. 이번에는 봐준다. 귀여운 남자가 탔거든. 아유, 향수 좋은 거 뿌렸네 어느 덧 1. 평소보다 15분 늦었다


차에 탔다. 차에 타서부터 영화에 나오는 레이서다. 어제 파킹한 궤적 그대로 거슬러 뒤로 가서 골목길을 지나 큰 길로 나서기 직전, 끼어들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도로가 꽉 막혔다. 평소보다 15분 늦으니 15분 빨리 운전해야 된다. 안 그러면 하루가 피곤해진다. 꼰대가 갈군다. 내가 여자치고는 차를 좀 몬다.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탄 사람들은 나를 택시 운전 아가씨라고 한다. 큰 길에서 10분 동안은 잘 헤쳐나갔다. 내가 봐도 스스로 대견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지. 모든 도로의 차들이 정지.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이럴 때 습관처럼 라디오를 켠다. 보통 아침에 나오는 라디오 방송으로는 안 된다


황정민, 언니 재밌어요. 하지만, 미안해. 난 스피드를 내야 되거든. 이 때 듣는 방송이 [Rave all around the world]. 방송 시작했다. [24 hours, every bit of you~~r heart, Rave all around the world]. 그 다음은 계속 rave. 내 피를 끓게 한다. 내 힐에 감정 실려 차의 엔진도 듫끓는다. 그리고, 질주.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차 사이로 내 차는 막간다. 결국 길을 탄 것은 고속도로. 무인 카메라, 무시다. 카메라가 나타나면 보조석에 항상 강한 후레시를 가지고 다니는데 무인 카메라를 향해 터뜨린다. 잘 조준하면 무인 카메라도 눈이 부신지 별 탈이 없다. 이렇게 달리니 회사까지는 5분거리.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차가 다시 막힌다. 다시 라디오 채널을 돌리니 정민이 언니가 혼자 수다떤다. 같은 여자지만 귀엽다. 그러나, 난 제 시간에 출근해야되. 사적인 감정에 휩싸여서는 안되


다시 채널을 돌린다. 교통방송. 내가 좋아하는 리포터다. 20대 중반된 애인데 말을 껄렁껄렁 하는게 오히려 매력있다. 얘가 이 골목길을 잘 가르쳐 준지도 2년 반 정도 됬다. 근데 요즈음은 신통력이 다 했는지 막히는 길만 가르쳐 준다. 그래도 2년 넘게 쌓은 정 때문에, 따라 간다. 골목길을 들어서기 전에 이상한 아줌마가 모바일 분식 011-000-0000이란 간판을 들며 반대편에서 스쿠터를 타고 달려온다. 얘를 따라갈 때 분식 아줌마를 우연치 않게 본다. 항상 내가 급하게 회사올 때 말이다. 전생에 연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 집중해야 된다. 회사에 정시에 출근해야 된다. 골목길을 들어서 오토바이를 따라가서 다시 큰 길을 만나는 순간 다시 차는 정지. 내가 있는 지역의 교통 상황도 끝나고 다른 지역의 교통 상황이 방송되었다. 시간은 점점 흘러 출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차 창을 열고 오토바이에 대고 소리치는 것 같다.


 많이 보던 사람인데.   아니 저것은 꼰대 아닌가?

 

 집중해야 된다. 꼰대보다 먼저 가야 한다. 모든 것을 이에 집중해야 된다  나는 다시 [Rave all around the world]로 채널을 돌린다.  

Spirit of radio - part 1. 서울 시내 어느 골목에서

 오전 8 30, 어느 월요일 처럼 교통 상황은 좋지 않다. 양쪽 길 모두 제자리 걸음이다.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이럴 때에는 크기가 작은 오토바이가 자동차들 사이로 지날 수 있으므로 교통 지옥을 빠져나오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나는 관제탑 (이 바닥에서는 방송국의 메인 스튜디오를 지칭하는 말이다.)의 지시가 없으므로 이 도로에 계속 대기 중이다. 공기를 가르는 느낌으로 오토바이를 즐기는 나로서는 이럴 때 만큼 따분한 것이 없다

따분함을 없애기 위해 내 디카이자 showtime handycam으로 이것 저것 찍어댄다. 도로에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은 만큼 차 안에서 다양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담배를 뿜어대는 사람들, 음악에 맞추어 드럼치는 시늉을 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조는 사람들 도로 가의 보도 블록에는 사람들이 정신없이 걸어다닌다. 하나같이 다 무표정이다. 걸어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읽거나 먹고 있다. 처음에 이 짓을 하게 되었을 때에는 도로의 광경이 낯설고 새로워서 배터리를 남용하다가 정작 실제 방송 때에는 아무 광경도 보여주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기 한 두 달 지나니 이런 도로 광경이 익숙해지다 못해 지겨워 졌을 뿐 아니라 일정한 규칙 비슷한 것을 몇 개 깨달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차 모양만 보고 저 사람이 이리 저리 끼어들기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안다거나, 경찰이 감시하는 요일이나 특정 날짜를 꽤차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지루한 교통 체증이 계속 되고 나 역시 지루해 지기 10, 드디어 관제탑에서 신호가 주어졌다. Show Time이다.

 서초역,  정보사 뒷길

 젠장!, 이 길은 이제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이 알려져서 큰 길에서 차들이 밀리기만 하면 이 길을 타기 때문에 보통 길보다 더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돈 받고 하는 일이니 시키면 해야지, .

 

 , 저는 서초역 지나 정보사 뒷 길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차에서 내가 방송하는 것을 슬쩍 슬쩍 보며 길을 따라 갔다. 물론 나도 내가 방송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면서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

 , 월요일은 뻔하쟈나요. 이 곳은 막히고 있습니다. 오토바이가 아닌 4바퀴 달린 자동차들은 뚫기 힘들겠네요.


 하는 순간, 이상한 아줌마가 모바일 분식 011-000-0000이란 간판을 들며 반대편에서 스쿠터를 타고 달려온다. 진짜 짜증난다. 꼭 저런 식으로 살아야 하나? 200m 정도 가자 골목길이 나온다. 이 길은 지난 번에 우연히 동네 한바퀴 달리기 하다 발견한 곳인데 이 곳에서 몇 번의 골목길과 일방도로를 통하면 봉은사로와 이어지는 서래길과 만난다. 그래서, 오늘은 이 곳으로 방향을 틀어 달려갔다. 생방송이기에 몇 몇 사람들이 나의 카메라를 향해 유치한 제스처를 취한다. 시대는 변해도 사람들은 방송탄다면 V를 연발한다. 누굴 그리 이기고 싶다는 건가? 내가 이 길을 달린지 10초 정도 지난 후에 몇 대의 차들이 내 뒤를 붙는다. 방송을 보고 쫓아오는데 이 사람들도 정말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오늘은 봉은사로로 향하는 서랫길 역시 차가 많이 막혔다. 그러자, 내 뒤를 쫓아오던 차의 운전사들이 나를 향해

 , 똑바로 안하냐! 너만 쫓아오다가 새 됐쟈나!

 

 방송 편집하는 사람도 순발력이 대단하다. 운전사의 표정만 보고 욕지거리가 나올거라 미리 예상한 다음 이 삐~~를 정확히 맞추어 방송에 내보낸다. 방송 하는 사람들 끼리 이걸 삐리리 날린다 라고 하는데 가끔 순간을 놓칠 때 엉뚱한 말에 삐리리되고 정말 가려야 되는 욕은 그대로 방송을 내 보낼 때가 있다. 이 때는 나도 무지 식은 땀 난다. 요즈음은 아예 표정보고 욕 나올거 같으면 아예 마이크를 손으로 막는다. 그러면 관제탑에서 알아서 다른 곳의 교통상황을 보여준다.

 

 새 됬쟈나!가 나올 때 마이크를 가리고 다시 화면을 보니 이미 다른 지역의 교통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단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이고, 운전사가 계속 내 성질을 건드려서 한 번 째려보았는데 조직 폭력배 같이 생겼다. 오토바이 좋은게 뭔가? 요리 조리 차 사이로 도망가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