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랑 같은 방향으로 출근을 하는 영미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럴 때에는 밝은 톤으로 얘기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잠깐 병원 좀 들렸다 올게. 꼰대한테 전해줘.’
영미씨는
‘나도 지금 차 속이라서여. 부장님께 직접 전화거시지요..’
라고 말한다. 알면서,
‘아이 알면서, 우리끼리 왜 그래…. 이따 음료수 사줄게.’
그 후 1시간이 지난 후, 회사에 도착했다.
꼰대가 나를 부른다.
‘아무말도 없이 왜 늦었어?’
‘병원에 갔다 온다고 연락 못 받으셨나요?’
‘전혀. 그리구, 설령 남한테 연락을 주었더라도 그런 것은 본인이 직접해야 되는 거 아냐?’
그리고, 지금 난 옥상에 올라와 있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맘은 멍들어 시퍼렇다. 담배 연기가 멍든 내 폐부에 스며든다. 하나 둘 씩 사무실로부터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다 어제 술마시고 놀던 사람들이다.
‘속 괜찮아?’
하고, 옆부서 김과장이 불빌려 달라고 담배만 꼬나물고 있다.
‘젠장 우리 꼰대는 그렇게 술먹고 아침에는 멀쩡해 져서 날 갈구지?’
김과장 불붙이면서,
‘그래도, 너 어제보니 완전 알랑방구던데. 풍신수길처럼 신발 품을 기세더라고. 그리고, 야 어제 나중에 왜 이리 정신 못차려… 챙피하게….’
‘기억안나지… 하기도 싫고.’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사무실 전화다.
‘야, 너 옥상에서 빨리 내려와.’
꼰대다. 꼰대는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야, 새끼, 이 자식… 나도 이름 석자 있는데…
사무실로 가니 또 이상한 일을 시키려고 한다. 분명히 이건 내 담당이 아닌데…
‘이건 제 일이 아닌데요.’
‘아이, 자식이… 그 녀석이 없으니까 너한테 얘기하는 거야 임마.’
으… 그 녀석. 일언반구도 없이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 버렸다. 그 녀석은 들어온지 6개월 지났는데, 미꾸라지 같은 녀석이다. 회사에서 잘 안보이고 중요한 일 있으면 나에게 일을 떠 넘긴다. 오늘은 예비군 훈련차 자리를 비웠다.
나는 꼰대에게
‘부장님이 연락해 보시죠.’
라고 말했다.
‘니가 해’
오늘도 내가 꼬랑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그 녀석에게 연락을 한다. 안 받는다.
‘환장하것네, 정말.’
그 후 1시간. 결국 내가 일을 다하고 말았다. 어제의 술로 속도 안 좋고, 점심 시간도 다가오고 해서 난 거래처에 연락을 하였다. 말이 거래처일 뿐 사실 거래처 담당이 내 친구이기 때문에 점심 전에 만나서 대충 일 마치고, 밥 먹은 다음에 싸우나 1시간 정도 갈 심정으로 수화기를 들었더니, 친구 녀석 기다렸다는 듯이 아예 사우나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이다.
헤드폰을 끼며 회사 밖을 나간다.
[힘을 내요, 미스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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