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일 일요일

Spirit of radio - part 3. 지각


 꼰대랑 같은 방향으로 출근을 하는 영미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럴 때에는 밝은 톤으로 얘기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잠깐 병원 좀 들렸다 올게. 꼰대한테 전해줘.

 

 영미씨는

 나도 지금 차 속이라서여. 부장님께 직접 전화거시지요..

 라고 말한다. 알면서,

 

 아이 알면서, 우리끼리 왜 그래. 이따 음료수 사줄게.

 

 그 후 1시간이 지난 후, 회사에 도착했다.

 

 꼰대가 나를 부른다.

 

 아무말도 없이 왜 늦었어?

 

 병원에 갔다 온다고 연락 못 받으셨나요?

 

 전혀. 그리구, 설령 남한테 연락을 주었더라도 그런 것은 본인이 직접해야 되는 거 아냐?

 

 그리고, 지금 난 옥상에 올라와 있다. 하늘은 푸르고 내 맘은 멍들어 시퍼렇다. 담배 연기가 멍든 내 폐부에 스며든다. 하나 둘 씩 사무실로부터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다 어제 술마시고 놀던 사람들이다.

 

 속 괜찮아?

하고, 옆부서 김과장이 불빌려 달라고 담배만 꼬나물고 있다.

 

 젠장 우리 꼰대는 그렇게 술먹고 아침에는 멀쩡해 져서 날 갈구지?

 

 김과장 불붙이면서,

 그래도, 너 어제보니 완전 알랑방구던데. 풍신수길처럼 신발 품을 기세더라고. 그리고, 야 어제 나중에 왜 이리 정신 못차려  챙피하게.

 

 기억안나지  하기도 싫고.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사무실 전화다.

 , 너 옥상에서 빨리 내려와.

 

 꼰대다. 꼰대는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 새끼, 이 자식   나도 이름 석자 있는데

 

 사무실로 가니 또 이상한 일을 시키려고 한다. 분명히 이건 내 담당이 아닌데 

 

 이건 제 일이 아닌데요.

 

 아이, 자식이 그 녀석이 없으니까 너한테 얘기하는 거야 임마.

 

  그 녀석. 일언반구도 없이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 버렸다. 그 녀석은 들어온지 6개월 지났는데, 미꾸라지 같은 녀석이다. 회사에서 잘 안보이고 중요한 일 있으면 나에게 일을 떠 넘긴다. 오늘은 예비군 훈련차 자리를 비웠다.

 

 나는 꼰대에게

 부장님이 연락해 보시죠.

 라고 말했다.

 

 니가 해

 

 오늘도 내가 꼬랑지를 내릴 수 밖에 없다. 그 녀석에게 연락을 한다. 안 받는다.

환장하것네, 정말.

 

그 후 1시간. 결국 내가 일을 다하고 말았다. 어제의 술로 속도 안 좋고, 점심 시간도 다가오고 해서 난 거래처에 연락을 하였다. 말이 거래처일 뿐 사실 거래처 담당이 내 친구이기 때문에 점심 전에 만나서 대충 일 마치고, 밥 먹은 다음에 싸우나 1시간 정도 갈 심정으로 수화기를 들었더니, 친구 녀석 기다렸다는 듯이 아예 사우나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이다.

 

헤드폰을 끼며 회사 밖을 나간다.

 [힘을 내요, 미스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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