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교통 체증이 계속 되고 나 역시 지루해 지기 10분, 드디어 관제탑에서 신호가 주어졌다. Show Time이다.
‘서초역, 정보사 뒷길’
젠장!, 이 길은 이제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이 알려져서 큰 길에서 차들이 밀리기만 하면 이 길을 타기 때문에 보통 길보다 더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돈 받고 하는 일이니 시키면 해야지, 뭐.
‘예, 저는 서초역 지나 정보사 뒷 길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차에서 내가 방송하는 것을 슬쩍 슬쩍 보며 길을 따라 갔다. 물론 나도 내가 방송하는 모습을 스스로 보면서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
‘머, 월요일은 뻔하쟈나요. 이 곳은 막히고 있습니다. 오토바이가 아닌 4바퀴 달린 자동차들은 뚫기 힘들겠네요.’
하는 순간, 이상한 아줌마가 ‘모바일 분식 011-000-0000’이란 간판을 들며 반대편에서 스쿠터를 타고 달려온다. 진짜 짜증난다. 꼭 저런 식으로 살아야 하나? 한 200m 정도 가자 골목길이 나온다. 이 길은 지난 번에 우연히 동네 한바퀴 달리기 하다 발견한 곳인데 이 곳에서 몇 번의 골목길과 일방도로를 통하면 봉은사로와 이어지는 서래길과 만난다. 그래서, 오늘은 이 곳으로 방향을 틀어 달려갔다. 생방송이기에 몇 몇 사람들이 나의 카메라를 향해 유치한 제스처를 취한다. 시대는 변해도 사람들은 방송탄다면 V를 연발한다. 누굴 그리 이기고 싶다는 건가? 내가 이 길을 달린지 10초 정도 지난 후에 몇 대의 차들이 내 뒤를 붙는다. 방송을 보고 쫓아오는데 이 사람들도 정말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오늘은 봉은사로로 향하는 서랫길 역시 차가 많이 막혔다. 그러자, 내 뒤를 쫓아오던 차의 운전사들이 나를 향해
‘야, 똑바로 안하냐! 너만 쫓아오다가 새 됐쟈나!’
방송 편집하는 사람도 순발력이 대단하다. 운전사의 표정만 보고 욕지거리가 나올거라 미리 예상한 다음 ‘이 삐~~’를 정확히 맞추어 방송에 내보낸다. 방송 하는 사람들 끼리 이걸 ‘삐리리’ 날린다 라고 하는데 가끔 순간을 놓칠 때 엉뚱한 말에 “삐리리”되고 정말 가려야 되는 욕은 그대로 방송을 내 보낼 때가 있다. 이 때는 나도 무지 식은 땀 난다. 요즈음은 아예 표정보고 욕 나올거 같으면 아예 마이크를 손으로 막는다. 그러면 관제탑에서 알아서 다른 곳의 교통상황을 보여준다.
‘새 됬쟈나!’가 나올 때 마이크를 가리고 다시 화면을 보니 이미 다른 지역의 교통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단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이고, 운전사가 계속 내 성질을 건드려서 한 번 째려보았는데 조직 폭력배 같이 생겼다. 오토바이 좋은게 뭔가? 요리 조리 차 사이로 도망가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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