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일 일요일

Spirit of radio - part 6. I'll be watching you

 만남 주선 전문 사이트에서 주최하는 파티라고 할 때부터 좀 당황스러웠다. 파티장에 들어서서 모르는 사람한테 How you doing!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해야 되는지, 아니면 이봐, 여기 섹스 온더 비치로 두 잔, please! 와 같이 얘기해야 되는지 영 적응이 되질 않았다


파티가 시작한 것은 밤 9시부터였다. 약속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약속시간에 맞추어 나가기는 싫었다. 약속시간에 맞추어 나간다면 분명히 사람들도 별로 없을 것이고, 분위기도 냉냉하리라 생각되었다. 결국, 회사에서 빈둥대다가 밤 9 30분 즈음에 약속 장소에 등장하였다. 처음 한 30분 동안은 괜찮았던 것 같다. 사람들이랑 인사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간단한 대화로 여러 명을 만나는 탐색전이라고나 할까? 예상했던 이봐 여기 섹스 온더 비치 어쩌구는 필요 없었다. 그냥 자신이 마시고 싶은 술이나 맥주을 찾아 알아서 마시면 되었다

30분 정도 지나니 춤추는 사람들은 춤추고 술마시는 사람들은 술 마시고 난 담배를 피러 맥주를 들고 아는 사람들과 밖에 나가 있었다. 나가서 이런 저런 잡담하고 있는데 내 보이는 반대편에 여자 혼자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한 쪽 발로는 벽을 딛고 있었고, 다른 한 쪽 다리로만 자신의 몸을 지탱하였다. 머리는 길었고, 하얀 탱크 탑을 입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보통 파티 복장이랑은 조금 달랐다. 그녀 역시 한 쪽 손에는 맥주병을 다른 한 손에는 담배 한까지를 손가락으로 집게를 집듯이 들고 있었다. 벽을 디디는 발로는 계속 파티장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테크노에 맞추어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많이 익숙한 광경인데 파티장 안이 익숙치 않은 나는 계속 밖에 있었고, 그녀의 주변에는 몇 몇의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녀의 발은 계속 벽을 바닥삼아 장단을 맞추고 있었고 남자들이 던지는 말에 몇 마디 대답을 하는 정도였는데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바깥의 밤 기운이 차가와 난 다시 파티장 안 쪽으로 들어갔고 몇 몇의 여자와 말을 걸었다. 파티장에 온다고 그런지 여자들의 화장들은 다분히 과장되었다. 과장되면 과장될수록 짙은 마스카라에 과감한 옷 매무새가 나를 자극하였다.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는 평소보다도 코를 찔렀다. 대화의 내용은 별 다른 것이 없었던 거 같다. 직업, 나이, 파티 나온 동기등. 일단 많은 대화를 나누기에는 시끄러웠다. 길지 않은 대화 나누다가 자리를 뜨겠다 싶을 때에는 의례 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파티 재밌게 보내세요라는 식의 말로 마무리 하면 또 다른 사람들과 대화 시간이 반복된다. 계속 이런식으로 파티가 진행되었을 때에는 나이트에서 맞선 보는 느낌이라 생각되었는데 반복의 지루함을 없애려고 진행자들이 갖가지 이벤트를 중간 중간에 섞었다. 퀴즈 맞추기도 있었고, 댄스 경연대회도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파트너 정하기 이벤트였다. 먼저 남자 한 명이 무대로 나간다. 그런 다음,  파트너이고 싶고자 하는 여자 4명을 선발한다. 그런 다음 한 남자 앞에서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남자가 파트너를 정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첫 번째 여자는 밤무대에서 나올 법한 춤을 추었다. 파티장 뜨거워 진다. 그 다음 여자는 수표 한 장을 꺼내었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이 두 여자는 탈락 되었다. 세 번째 여자는 뭘 벗었다. 분위기 한 껏 술렁였다. 그런데 네 번째 여자가 결국 파트너가 되었는데 그 여자는  지갑에서 뭘 꺼내지는 않고 남자에게 뭘 보여주는 거 같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의외였는데 사람들이 나중에 지갑안에 있는 현금 다발이 보였다는 둥, 은박지로 쌓인 콘돔을 보여 주었다는 둥 가지가지로 중얼거렸다. 여자 한 명이 남자 4명중 파트너를 정하는 것도 있었는데 노래 부른 사람 탈락, 돈 자랑한 사람 탈락, 앞에 나와서 떨어서 말을 잘 못한사람 탈락되었다. 파트너가 된 남자는 능글능글하게 우스개 소리 잘하고 인상도 나쁘지 않았던 거 같았다

다시 담배 피러 밖으로 나갔는데 아까도 바깥에서 벽에 기대어 있는 여자가 계속 있었다. 포즈도 바뀌지 않았다. 한 쪽 발은 계속 벽을 디디고 있었다. 그녀가 쥐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파티는 끝났고, 택시 타고 집 앞에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데 출근할 때 가끔 마주치는 여자가 보였다. 평소의 정장과는 다르게 찢어진 청바지를 , 머리에는 털모자를 쓰고 검정 자켓을 입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기대어 한 발을 엘리베이터 옆면을 딛고 있었다. 많이 익숙한 광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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